작품에서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루어 오셨는데요.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제 작품에서 모든 것은 존재 문제로 귀결됩니다. 또한 존재의 의미가 광범위하게 나타나죠. ‘무 존재로서의 존재’인 내적 사고를 표현하기도 하고 현시대를 문화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며, 물질이 가지는 성질을 비교, 대조하면서 여기에 공간과 시간, 개념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이 갈수록 시각적으로 단순하고 가벼운 소재 쪽으로 작업에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전통적인 조각 개념으로부터의 완전한 탈피로 보며, 더욱 개념적으로 20세기 현대미술에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이힐즈와 작업하게 된 소감 부탁드립니다.

‘반려’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제 반려동물과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가족처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존재는 서로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 고대부터 예술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의미 있는 존재를 추모하고 뜻을 기리는 목적에서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해 온 시간과 추억을 기리는 공간에 로이힐즈와 함께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로이힐즈에서 두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두 작품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습니까?

<An aggregation 20211228>은 투명 아크릴 소재의 5cm x 5cm 정형으로 비정형의 구름 형상을 구축한 작품입니다. 단순하면서 자유롭고 정화되어 우아한 형태는, 빛의 움직임과 공기의 순환이 상생하여 아름다운 반짝임을 자아냅니다. 재료인 투명 아크릴이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 공간은 보다 확장되고 물질적 특성은 더욱 돋보이지요. 작품은 단지 허공에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상통하며 우리의 심리적, 지각적 기대를 자극할 것입니다. <Point of Veiw – Companion>은 시각과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관점에 대한 작품입니다. 관객은 모든 대상을 시각으로 인지하고 관념으로 인식합니다. 시점 유희에 등장하는 대상은 단 한 포인트의 관점에서만 통념 속의 형태를 드러냅니다. 사물에 비해 동적이고 수많은 면으로 구축된 동물의 형태와 시점 전복의 교차는 한층 복합적인 시점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관객에게 친근한 반려동물에 접한 시점 유희는 기억 속의 형상을 분할하여, 관객의 시점에 따라 기억과 감정이 다르게 인지될 수 있습니다. 시각과 관념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저의 작품을 통해, 관객이 새로운 차원의 시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와 로이힐즈가 함께 준비한 공간이 반려동물과 남은 가족, 그리고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뜻깊은 추억을 드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